폭싹 속았수다 1화 – 호로록 봄

그때는 몰랐다

일흔에 그토록 하고 싶은 말이

날마다 흐드러지던 말이 될 줄도

봄은 어찌나 짧은지

오나 보다 하면

호로록 꽃 잔치를 끝내 버린다

그렇게도 야박하게

애순아

어차피 사람 다 결국 고아로 살어

부모 다 먼저 죽어도

자식은 살아져

살면 살아져

살다 보면 더 독한 날도 와

살다가 살다가

한 번씩 똑 죽고 싶은 날이 오거든

두고 봐라

요 꽃물 빠질 즈음 되면

산 사람은 또 잊고 살아져

살면 살아져

손톱이 자라듯이

매일이 밀려드는데

안 잊을 재간이 있나