살민 살아져
살다 보면 더 독한 날도 와
살다가 살다가
한 번씩 똑 죽고 싶은 날이 오거든
애순아
살다가 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
잠녀 엄마 물질하던 생각 해
흙 밟고 사는 것들이야
끄떡하면 죽는다 소리
입에 달고 사는데
암만 죽겠고 서러워도
잠녀 입에서는
그 소리 절대 안 나와
그 드신 물속에서
죽을 고비 골백번마다
살고 싶은 이유가 골백 개더라
몸 고되면 마음이 엄살 못 해
살다가 살다가
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
가만 누워 있지 말고
죽어라 발버둥을 쳐
이불이라도 끄내다 밟어
밭 갈아엎고 품이라도 팔러 나가
‘나는 안 죽어’
‘죽어도 살고야 만다’
죽어라 팔다리를 흔들면
꺼먼 바다 다 지나고
반드시 하늘 보여
반드시 숨통 트여
여름의 두 얼굴에
내 어린 부모는
속절없이 쓰러졌다
태풍에 쓰러진 풀처럼
그렇게 눕고 또 일어났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