폭싹 속았수다 6화 살민 살아진다

살민 살아져

살다 보면 더 독한 날도 와

살다가 살다가

한 번씩 똑 죽고 싶은 날이 오거든

애순아

살다가 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

잠녀 엄마 물질하던 생각 해

흙 밟고 사는 것들이야

끄떡하면 죽는다 소리

입에 달고 사는데

암만 죽겠고 서러워도

잠녀 입에서는

그 소리 절대 안 나와

그 드신 물속에서

죽을 고비 골백번마다

살고 싶은 이유가 골백 개더라

몸 고되면 마음이 엄살 못 해

살다가 살다가

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

가만 누워 있지 말고

죽어라 발버둥을 쳐

이불이라도 끄내다 밟어

밭 갈아엎고 품이라도 팔러 나가

‘나는 안 죽어’

‘죽어도 살고야 만다’

죽어라 팔다리를 흔들면

꺼먼 바다 다 지나고

반드시 하늘 보여

반드시 숨통 트여

여름의 두 얼굴에

내 어린 부모는

속절없이 쓰러졌다

태풍에 쓰러진 풀처럼

그렇게 눕고 또 일어났다